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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전시 . 탐방 . 아트페어

52년 된 아파트, 작품이 되다

by 주해 2023. 2. 2.

52년 된 아파트, 작품이 되다 

 

52년 된 아파트, 작품이 되다

52년 된 아파트, 작품이 되다 DDP 일상화된 건축의 관찰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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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P ‘일상화된 건축의 관찰…’展

1971년 완공돼 52년 세월 묻은 여의도 시범 아파트. 한국 고층 아파트 단지의 출발점으로 건축사적 의미를 지닌 곳이다. /정윤천

사진가 이정우가 찍은 여의도 시범 아파트 풍경 /김미리 기자

엘리베이터 달린 고층 아파트는 서울이란 도시의 기본값이 된 풍경이다. 이젠 너무나 익숙한 이 그림에도 시작점이 있다. 한국에서 엘리베이터가 처음 설치된 단지형 아파트는 1971년 준공된 여의도 시범 아파트다. 당시만 해도 엘리베이터는 백화점 등 몇몇 건물에나 있던 신문물이었다. 유니폼 입은 승무원이 주민에게 작동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아파트 공화국’ 서울의 출발선에 놓여 있다가 이제는 재건축을 추진 중인 이곳을 소재로 삼은 전시가 열리고 있다. 지난 27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갤러리문에서 시작한 ‘일상화된 건축의 관찰과 기록’전이다. 사진가, 화가, 건축가 등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 여덟 명이 여의도 시범 아파트를 재해석한 작품이 전시됐다.

특정 아파트를 간판으로 내세웠지만, 전시가 궁극적으로 다루는 것은 서울이다. 52년 된 주거 건축을 통해 급속한 도시화 이후 성숙기를 거쳐 슬슬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는 서울을 들여다본다. 사진가 이정우는 도시에서 자란 젊은 세대에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이라는 시선에서 아파트를 찍었고, 화가 김지애는 주민들의 삶이 묻은 시설을 화폭에 담았다. 건축가 신은기는 식기세척기 등 새로운 붙박이 주방 기기의 등장으로 변화된 부엌 풍경에 초점을 맞췄다. 4년간 국가기록원 기록 등을 발굴해 건물의 역사를 파고든 정윤천 홍익대 건축학부 교수는 “건축사적으로 중요한 건물임에도 남아있는 기록이 거의 없었다”며 “아카이브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전시”라고 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압축 성장한 한국 대표 도시의 한 단면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찬찬히 돌아볼 만하다. 낡은 아파트 풍경은 생애주기의 끝을 향해가는 노년을 떠올리며 애잔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3월 31일까지. (02)2153-00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