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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박수근 작품관

박수근 1961년 15x19cm 나물캐는소녀들

by 주해 2022. 11. 9.

2017-09-13 14:48:54

 

 

작품수록처

 

Gana Art, 박수근 탄생 100주년 기념점: 2014, p.86, pl.42.Shinsegae gallery, 시간의 숨, 삶의 결: 2010, p.23.Sigong Art, 자료로 본 우리의 화가 박수근: 2008, p.94, pl.4.Sigong Art, 박수근: 2006, p.60, pl.34.Sigong Art, 박수근 작품집: 1995, p.59.

 

 

작품설명

여인들의 풍속인 생활 단면 가운데 ‘나물 캐는 여인’의 소재는 비단 박수근 뿐 아니라 적지 않은화가들이 즐겨 다루었다. 가장 향토적인 소재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겨우내 집 안에 갇혀 있던 여인들이 봄날 양지바른 들녘에서 나물을 캐는 장면은 그 자체가 낭만적인 정취를 풍기기에충분하다.

 

우리 시가에는 봄날 들녘에 나가 나물 캐는 아름다운 처녀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 적지않다. 내외가 엄하던 시절에 유일하게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이 봄날 들녘에 나가 나물 캐는 것이아니었을까. 나물을 캔 찬거리를 공급한다는 실질적인 목적과 더불어 갇힌 실내를 벗어나 자유롭게 바깥 공기를 쐴 수 있는 기회였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나물을 캐는 것을 핑계 삼아 오랜만에 그들만의 자유를 만끽했을 것이다. 그러나 박수근의 <나물 캐는 소녀들>이나 <나물 캐는 여인들>에서는 전혀 이 같은 낭만적인 분위기를 접할 수 없다. 그들의 목적은 나물도 캐도 봄 공기도마시는 그런 여유로움을 지닌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살림에 봄나물이라도 많이 캐서 그들의 가난한 식탁을 메운다는 절박한 목적이 앞서 있다. 그래서 그들은 웅크린 자세로 열심히 나물을 캐고있을 뿐이다. 누군가가 자신들을 보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오광수(2006), 시공아트 028 박수근, Sigongsa박수근의 회고에 의하면 어린 시절 밀레Jean-François Millet의 <만종L'Angélus>을 보고 감격한 것이 화가로서의 길에 들어선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한다.

 

강원도 양구의 산골마을에서 태어나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기에 밀레의 <만종>은 그에게 회화작품으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숭고한 종교적 감흥까지 크게 더했을 것이다. 이때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일지라도 예민한 감성으로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내면 삶의 진실함을 보여주고 누군가의 마음을 두드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밀레와 같은 훌륭한 화가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던 그는 중학교 진학은 포기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환경으로 인해 정식으로 미술 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화가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독학으로 미술을 습득해 나갔다. 어떠한 대상을 묘사하는 것도, 재료를 사용하는 것도 서툴렀으나 부딪히며 스스로 터득한 박수근의 미감은 타인에 의해 학습된 미감과는 다르다. 아름답다고 공감하는 대상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눈에 비친 일상에서 느껴지는 감흥을 단편적으로담아냈다. 그렇기 때문에 박수근의 미감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소재와 구성, 표현방법 등을 통해 그가 왜 그 순간을 선택했는지, 그 순간을 통해 자신이 느낀 감흥은 어떠했는지 그로 인해 전하고 싶은 미감이 무엇인지 유추해야 한다.“나는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예술의 대단히 평범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박수근의 관심은 언제나 일상을 영위하는 우리네 이웃으로 앞의 이야기를 통해 그가 추구하는 예술세계를 단적으로 엿볼 수 있다. 매일 반복되는 척박한 일상이었지만 사람 사는 세상이기에 그 안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재미와 행복이 있고 서로 사랑하고 감사하며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살아간다. 그는 우리네 모습을 오랜 시간 보고, 듣고, 되새겨 보편적인 정감을 자신의 화폭에 옮겨 놓았다.보편적인 정감을 시각화하기 위해 박수근은 인물을 소재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인물 중에서도 여인과 소녀의 선호도가높다. 사생寫生을 위해 밖을 나섰을 때 가사 참여도가 높은 이들이 가장 많이 눈에 띄었을 것이고, 자신들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에도 스스럼없어 소재로 삼기에 탁월했을 것이다.

 

출품작에도 단발이나 댕기머리를 한 소녀들이 자리하고 있다. 7명의 소녀들은 둘 혹은 셋으로 짝을 이루고 앉아 열심히 나물을 캐고 있다. 인물의 세부 표현뿐만 아니라 배경과 행위의 대상이 생략되어 소녀들의 행동과 시선에 집중하게 된다. 앉은 방향과 손동작, 고개를 숙인 각도 등이 저마다 달라 단편적으로 담아낸 화면임에도 또래의 수다로 노동에 지친 마음을 환기시키고 있는 것 같다.나물 캐는 모습을 담은 작품들은 출품작 외에도 4점 가량 더 확인된다. 1937년에 수채화로 제작한 <봄>부터 1940년대와 1950년대에도 제작되어 초반부터 후반까지 지속적으로 소재로 삼고 작품화했음을 알 수 있다.

 

초반에 제작한 작품들은 아이를 등에 업고 산자락에 걸터앉아 나물을 캐는 여인을 소재로 했다. 동일 도상이 1930년대에는 수채로, 1940년대에는 유채로 제작됐다. 1950년대에 접어들어 제작한 작품은 횡으로 긴 화폭에 인물을 나란히 배치한 구성은 동일하나 제작 시점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마지막으로 1961년에 제작한 출품작은 이전 시기에 제작된 작품들에 비해 인물의 배치가자유롭게 설정되어 있고 인물과 주변 공간과의 관계도 비교적 여유로움을 지니고 있어 비슷한 주제를 끊임없이 다루면서도 구도와 구성을 달리하는 박수근의 풍부한 조형적 저력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