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05 23:42:58
LITERATURE
Gana Art, Park Soo-Keun: 2014, p.91, pl.45.
작품설명
박수근의 회고에 의하면 어린 시절 밀레Jean-François Millet의 <만종L’Angélus>을 보고 감격한 것이 화가로서의 길에 들어선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한다. 강원도 양구의 산골마을에서 태어나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기에 밀레의 <만종>은 그에게 회화작품으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숭고한 종교적 감흥까지 불러 일으켰고, 이때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일지라도 예민한 감성으로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내면 삶의 진실함을 보여줌과 동시에 나아가 마음까지 두드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밀레와 같은 훌륭한 화가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던 그는 중학교 진학은 포기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환경으로 인해 정식으로 미술 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화가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독학으로 미술을 습득해 나갔다. 어떠한 대상을 묘사하는 것도, 재료를 사용하는 것도 서툴렀으나 부딪히며 스스로 터득한 박수근의 미감은 타인에 의해 학습된 미감과는 다르다. 아름답다고 공감하는 대상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눈에 비친 일상에서 느껴지는 감흥을 단편적으로 담아냈다. 그렇기 때문에 박수근의 미감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소재와 구성, 표현방법 등을 통해 그가 왜 그 순간을선택했는지, 그 순간을 통해 자신이 느낀 감흥은 어떠했는지, 그로 인해 전하고 싶은 미감이 무엇인지 유추해야 한다.“나는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예술의 대단히 평범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박수근의 관심은 언제나 일상을 영위하는 우리네 이웃으로 작가의 견해를 통해 그가 추구하는 예술세계를 단적으로 엿볼 수 있다. 매일 반복되는 척박한 일상이었지만 사람 사는 세상이기에 그 안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재미와 행복이 있고 서로 사랑하고 감사하며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살아간다. 그는 우리네 모습을 오랜 시간 보고, 듣고, 되새겨 보편적인 정감을 자신의 화폭에 옮겨 놓았다.
20세기 중반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담긴 박수근의 작품은 대체로 시대적 관점에서 해석되고 있다. 주된 이유는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옷차림과 풍경 등에서 당시의 모습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활동시기 등을 감안 할 때에 시대적 관점에서 완벽히 벗어날 수는 없겠으나 제작방식과 표현력 등의독자적 양식이 높이 평가되고 있으면서도 특정 시기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작가와 작품에 대한 평가를 국한시키고 있는 편이다.그러나 박수근이 작품을 제작함에 있어 일관되게 담아내고자 한 것은 그가 말했던 것처럼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선善함’과 ‘진실함, ’즉 본성에 대한 탐구는 일제강점기부터 안위를 위해 본성을 외면한 채 살아가고 있는 사회에 대한 작가로서의 발언이었다. 다함께 어울리고 서로를 챙겨주는 ‘우리’는 좋은 울타리가 되어 주지만 극한 상황에 맞닿으면 서로를 배척하는 양면성을 갖는다.
탄압과 억압을 함께 견뎌내었으면서도 서로를 겨누고, 모두가 절박한 상황임에도 자신부터 먼저벗어나고자 등을 돌리던 때에 그는 작품을 통해 일깨워주고자 했던 것이다. 자연발생적으로 타고 나지만 상황에 굴복하여 무뎌지고 있는 정감情感·정조情操를 화폭 안 인물들의 구성을 통해 직접적으로 보여주거나, 단편적 구성을 통해 이를 감상하는 이로부터 간접적으로 이끌어낸다.1961년에 제작된 출품작은 박수근의 제작기법이 무르익은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균일한 표면이 두드러진다. 화면은 봄의 기운을 담아내고자 물감을 다양하게 쌓아올려 색상의 중첩이 많이 엿보이며, 생명이 움트는 자연의 섭리가 곳곳에서 묻어난다. 화폭을 상하로 양분하여 하늘과 땅을 구분 짓고, 나무의 하단을 기준으로 다시 양분한 뒤 멀리에 나무를 작게 그려놓아 원근감을 주고 드넓은 산야의 느낌을 부여했다.
커다란 나무 아래로 왼편에는 한 소녀가 허리를 크게 숙여 일하고 있고, 오른편으로세 명의 남성이 한데 힘을 모아 일하는 모습을 묘사해 놓았다. 작가의 작품은 소녀와 여성의 비중이높아 일하는 남성의 모습이 흔치 않은데, 무언가에 열중해 있는 남성들이 역동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어 크게 묘사되어 있지는 않으나 동적인 느낌이 계절감과 함께 활력적으로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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