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07 09:31:57
20년간 주말마다 下馬碑 답사한 이희득 옥산문화재연구소장
비석에 얽힌 이야기 책으로 엮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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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주말마다 下馬碑 답사한 이희득 옥산문화재연구소장
비석에 얽힌 이야기 책으로 엮어
울산 병영초등학교에 있는 ‘경상좌도병영성 하마비’ 앞에서 문구를 설명하고 있는 이희득씨. /김주영 기자
“남에겐 하찮은 돌덩이일지 몰라도 제 눈엔 보물입니다.”
이희득(55·사진) 옥산문화재연구소장은 20년 넘게 궁궐과 왕릉, 절터와 석탑, 비석 등을 찾아 전국을 누벼온 문화재 답사가다. 울산에서 성장해 고교 졸업 후 자동차 학원 강사, 관광버스 기사 등을 거쳐 지금은 어린이집 운전기사로 일하는 평범한 50대다. 하지만 주말이 되면 이씨는 ‘비석 전문가’로 변신한다.
이씨는 중고 SM3 자가용을 몰고 주말이면 이틀간 500~600㎞를 운전하며 석탑과 절터, 왕릉과 비석 등을 예닐곱 개씩 관람한다. 그러나 늘 체계적으로 정리된 자료가 없어 아쉬움이 들었다고 했다. 서울 안동별궁 하마비부터 석탈해 유허지 하마비, 경주 김유신 묘 하마비, 충남 논산 성삼문 묘 하마비까지 전국에 흩어진 하마비 385개를 직접 찾아 비석에 얽힌 역사와 사연, 사진을 지역별로 정리했다. 그렇게 모은 자료를 탈탈 털어 2014년 6월부터 책 ‘하마비를 찾아서’(좋은땅)를 5권까지 냈다. 서울, 경상, 전라, 경기, 인천, 강원, 제주 등에 흩어져 있는 하마비의 사진을 찍고, 해당 하마비의 상태는 어떤지, 종류는 무엇인지 꼼꼼히 기록했다. “내비게이션도 없던 시절 지도와 삼각대만 들고 물어물어 비석을 찾았을 때의 희열은 말로 표현 못하죠.” 넉넉한 형편도 아니었지만 혼자 보긴 아까워 나라에서 주는 근로장려금까지 보태 책을 발간했다. 이씨가 꼽는 최고의 하마비는 서울 은평구 금암문화공원에 있는 하마비다. 이 하마비는 정조의 어필(御筆)을 새긴 ‘금암기적비' 앞에 있는데, 어필이 있는 만큼 예를 갖추기 위해 말에서 내리라는 뜻으로 하마비를 세웠다. 이 씨는 이 하마비의 “글씨의 삐침이나 획, 비석의 무늬가 특히 아름답다”고 했다.
30대 초반 신장 이식 수술을 받아 건강이 안 좋았던 그에게 문화재 답사는 “답답한 현실을 잊게 해주는 통로”였다. 경주 위덕대 불교학과(16학번)를 졸업한 그는 지금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이씨는 “우리 문화재에는 선조들의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녹아 있다. 비록 쓸쓸하고도 묵묵한 외길이지만, 앞으로도 계속 더 많은 문화재를 찾아 후세에 전할 것”이라며 “우리 문화재에 관심 갖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질수록 우리 곁에서 살아있는 역사를 항상 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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