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16 20:41:16
綠水明秋月 南湖採白蘋
荷花嬌欲語 愁殺蕩舟人
맑은 강물에 가을 달 밝은데 남호에서 흰 마름을 따네.
연꽃은 아리따워 말문을 열듯하니 뱃사공은 수심에 잠기는구나.-이백 「녹수」
원경에는 피마준과 미법으로 성글게 산 모양을 갖춰놓고 앞에는 수목 우거진 마을을 감싼 모양이다. 중경에 이르기까지 듬성듬성 모래사장을 펼쳤는데 얕고 좁게 올려 마치 뱃길처럼 표현했다. 근경의 우측으로는 대부벽준으로 절벽을 세웠는데 아래에는 바람 없는 가을밤인지 잔잔한 강물에 연꽃과 마름이 가득하다. 따로 띄워놓진 않았지만 이미 강물에는 달빛이 일렁일 터, 그 위로 조용히나룻배 두 대가 떠있다. 마름과 연꽃 가득한 나룻배는 사공조차 치마를 입어 대부분 여인들인데, 아마 이들끼리 밤 마실 겸 여유롭게 시시덕거리며 수확중인 모양이다. 유일한 남성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팔을 걸친 채 뱃머리에 누워 여인들과 절벽을 바라볼 뿐이다.
출품작은 화제에 ‘수쇄탕주인愁殺蕩舟人, 뱃사공은 수심에 잠기는구나’이라 적어 이백의 시를 관념화 한 작품으로, 곳곳에 겸재의 진경 필법이 감지된다. 이는 60대, 70대 겸재의 그림에 등장하는 ‘원’, ‘백’의 주문인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되며, 이미 관념 산수에 진경의 화의가 녹아들던 시기의 작품이자 채색의 운용이 자연스럽게 확산되던 때이기에 위 작품 또한 인물들과 나룻배에 색채가 가미되지 않았을까 싶다. 색색의 옷을 갖춘 여인들의 표정을 세밀하게 그리지 않았지만 각자의 역할을 부여한 듯 목적이 명료한 동세를 취하고 있어 다분히 설명적이며, 전반적으로 이백의 시의를 그대로 따른 모습이다.
참고문헌『大謙齎』(韓國民族美術硏究所, 2004)
최완수, 『겸재 정선1·2·3』 (현암사, 2009)
『겸재 정선, 붓으로 펼친 천지조화』 (국립중앙박물관,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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