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25 04:03:57
신명 나게 꽹과리를 치고 장고와 북을 울리는 인물 셋, 그리고 그뒤로 긴 일렬 종대를 갖춘 채 엎드린 형상의 사람들. 과감히 배경을 생략하고 인물에만 초점을 맞춘 이 작품은 농촌의 모내기 철을 그린 것이다. 농악대를 크게, 농부들을 작게 표현해 원근감을주었으며 논에 디디고 선 다리는 발목까지만 그려 발을 담근 모습으로 나타냈다.
인물 묘사에서는 이응노 특유의 강약이 담긴 필획이 두드러진다. 필선의 굵기뿐 아니라 농담도 자유자재로 운용해 농악대의 운율까지도 담아냈다. 섬세한 묘사가 아니나 속도감있게 툭툭 쳐낸 붓질은 인물들의 생김새와 흥겨운 표정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며, 햇빛 아래 그을린 구리빛 피부 표현도 도상에 한층 사실감을 더해주었다. 우측 하단의 인물은 짚 모자를 눌러 쓰고 곰방대를 문 채 마치 관람자인 우리와 같이 흥겨운 풍악에 빠져든 모습이다. 무리와는 거리가 꽤 있는지 얼굴 외에는 과감히생략된 도상으로, 그의 목덜미에는 자그맣게 ‘고암’이라는 서명과낙관이 찍혀 있다.
이처럼 이응노는 우리의 농촌뿐 아니라 피난과 재건의 현장 등을그리며 향토적인 주제를 그림에 담아냈다. 또한 자유분방한 붓놀림을 통해 주제의 무게감을 조금 덜어내었는데 고된 모내기 현장에 풍악을 울리는 악대를 주제로 한 이 작품에서 그의 리듬감 있는 필치가 더욱 빛을 발했다. 이는 작가의 <군상> 시리즈로 그 맥이 이어짐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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