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15 00:03:28
흰빛의 세계와 형언하기 힘든 부정형의 원이 그려 주는 무심한 아름다움을 모르고서한국미의 본바탕을 체득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아주 일그러지지도 않았으며 더구나 둥그런 원을 그린 것도 아닌이 어리숙하면서 순진한 아름다움에 정이 간다.-혜곡 최순우풍만한 양감과 꾸밈없는 형태, 담백한 유백색의 피부를 자랑하는 백자대호다.
높이는46cm에 이르며 넓은 구연부에서 좁게 다듬어진 굽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인 비례가 적당해 안정감을 보여준다. 이른바 ‘달항아리’라 불리는 백자대호로 기형과 태토, 유약으로 미루어 18세기 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달항아리’라는 명칭은 주로 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까지 제작된 작품들을 일컫는데, 개중 40cm 이상의 크기는 주로 왕실행사에 사용되었기에 그 가치가 매우 높으나 현재 전하는 수량이 적어 그 수는국보, 보물을 포함해 약 20여 점에 불과하다. 또한 무게로 인해 변형이 일어났거나 수리가 없는 작품은 극히 일부라 할 수 있다.
달항아리가 제작된 약 100여년의 기간을 세 구간으로 나눌 때 고궁박물관 소장의 국보 제 310호를 전기, 리움박물관 소장품을 중기, 용인대학교 소장 국보 제 262호를 후기로 볼 수 있는데, 이번 출품작은 리움 소장 보물 제309호와 용인대 소장 제262호의시기적 특징을 잇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알려져 있다시피 조선시대 백자대호는 상부와 하부의 발 두 개를 이어 붙여 제작한다. 이러한 제작기법 때문에 출품작 또한 가운데에 흔적이 남아있으며, 이는 몸체의 최대지름을 형성하고 있다. 자기는 크기가 커질수록 번조 시 스스로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찌그러지거나 주저앉는 경우가 많은데 위 작품은 준수한 형태감을 자랑하며 원형의 감각을 유지한다. 물론 완벽한 구형이달항아리를 상징하는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당시 일본, 중국과 달리 자연적인 변형을수용한 것이 조선만의 독특한 미감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정 수준 이상의기술력과 정성, 그리고 우연의 결과가 희소성으로 이어지는 도자의 특성상 형태의 온전함은 특별히 대접받을 수 있는 덕목이라 하겠다.
달항아리는 수더분한 빛깔과 넉넉한 품새로 인해 근대에 이르러 많은 문예인의 예찬을 받아 왔다. 대표적으로 혜곡 최순우崔淳雨, 1916-1984와 스스로를 ‘항아리 귀신’으로 칭하던 수화 김환기金煥基, 1913-1974의 상찬이 주로 회자되었으며 오늘날 조선을 상징하는대표 예술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흰빛의 세계와 형언하기 힘든 부정형의 원, 그리고 무심한 아름다움. 앞서 언급한 최순우 선생의 찬사가 무색하지 않은 조선 예술의정수를 담아낸 백자달항아리다.
참고도판〈백자 달항아리〉국보 제310호높이 43.8cm국립고궁박물관소장
〈백자 달항아리〉 국보 제309호높이 44cm리움박물관 소장
〈백자 달항아리〉 국보 제262호높이 49.1cm용인대학교 소장
'한국 미술 > 한국 고미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겸재 정선 (1676~1759)-메추라기-ink and color on silk - 17.5☓23.0cm (0) | 2022.11.19 |
---|---|
겸재 정선 (1676~1759)-제비-ink and color on silk - 17.8☓23.0cm (0) | 2022.11.19 |
백자청화운룡문십이각접시 白磁靑畵雲龍文十二角楪匙-14.5☓2.6(h)cm - JoSeon Period (1) | 2022.11.19 |
백자원통형병 白磁圓筒形甁-10.0☓11.0(h)cm - 조선 (0) | 2022.11.18 |
백자청화화조문병 白磁靑畵花鳥文甁-10.0☓15.0(h)cm - 조선 (0) | 2022.1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