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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근현대 미술

김홍주(1945)-Untitled-acrylic on canvas -130.0☓130.0cm

by 주해 2022. 11. 20.

2019-09-12 00:14:34

 

 

PROVENANCE

Acquired directly from the artist by the present owner

 

 

 

작품설명

“작가는 무한히 반복적인 붓질의 흐름을 따라 나아가며 그것은 어느 순간 하나의 커다란 추상적 얼룩이 된다. 그것은때로 꽃이 될 수도 있고, 이파리가 될 수도 있으며, 풍경이나 정확한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운 얼룩이 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끝없이 반복하여 붓질을 쌓아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이것은 서구적 회화의 전통에서 발견되는 회화적 본질과는 다른, 그리는 행위를 통해 보는 이가 대상 앞에서경험하는 몰아沒我의 상태를 생산하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회화가 보는 이의 시선 속에서 일으키는 추상적 영감으로서, 그것은 단순히 꽃이나 잎의 재현에 의거하는 것이 아닌 바로 눈의 초점심도 훨씬 아래쪽에서 작용하는 시계외視界外 입자들의 존재감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혀의 미뢰味蕾들처럼 각자의 개별성을 지니고 있으면서 동시에 전체적 지각의 그림들을 구성하는데 있어 모든 잠재적 역량을 발휘하는 단위들이기도 하다. 이러한 단위들은 아주 작은 운동들을 일으키면서화면에 섬세한 차이와 방향을 만들어낸다.

전체는 수많은벡터vector들의 총합, 혹은 전체집합으로서의 운동성을 지닌작은 우주를 이루는 것이다.”- 유진상(2010), 「김홍주: 세계 속의 꽃」, 『KIM HONG JOO』, Kukje Gallery김홍주는 시각적 본질에 다가가려는 일념 아래 다양한 매체와 양식들을 편력해왔다. 개념미술가 그룹인 STSpace andTime 참여로 작업을 시작해 온 그는 이 시기를 지나며 의미를 염두 해두지 않고 ‘그린다’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회화로 전향된 그의 작업은 1970년대부터 10년 가량을 주기로 변모해왔다. 1970년대 중반부터는 극사실적인 그림과 실제 오브제를 활용하여 재현과 실재 사이의 간극을 드러내 보이는 작업을 했다. 1980년대 중반부터는 오브제를 제거하고 산수풍경, 지도, 인물상, 문자 등의 다양한 소재를 해체하고 재구성함으로써 재현적 회화에서 보이는 시각적 관습으로부터 탈피하고자 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본격적으로 꽃이나 잎을 확대하여 세필 기법으로화폭을 가득 채워 그려 넣는 작업에 집중했다. 무수히 많은 획을 반복적으로 그리는 행위는 작품에 작가의 신체성과 시간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그리기라는 회화 본연의 문제를 보다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한다.

또한 미시적 세필 모사를 통한 이미지 확장은 우리가 처음 그의 화면에서 인식했던 이미지를 소멸시킨다. 이는 기존의 도상학적 의미를 거부하며 이미지가 생산하는 시각 경험의 한계에 도전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