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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김환기 작품관

김환기(1913~1974)-Untitled-oil on cotton-255.0☓204.1cm-1971년

by 주해 2022. 11. 18.

2019-05-15 19:57:07

 

 

LITERATURE

Whanki Museum, WHANKI MUSEUM: 1993, p.125.

 

 

작품설명

한국적 서정주의를 서구의 모더니즘에 접목하여 독보적인 예술 세계를 정립한 수화 김환기. 조형시인造形詩人이라는 수식어처럼 한국적 정서를 아름답게 조형화한 그의 작품세계는 크게세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1933년 일본 유학부터해방에 이르기까지의 시기로 추상회화의 모색기이다. 두 번째는 해방 이후부터 뉴욕으로 떠났던 1963년에 해당하는 시기로 전통 소재를 통해 한국적 미를 추구하던 시기이다.

그리고세 번째 시기는 뉴욕에 머물며 추상을 통해 자연과의 합일에다다르던 시기로 1964년부터 그가 작고한 1974년까지이다. 이전시기 작품들이 엄격하고 절제된 조형성 속에 한국의 고유한서정의 세계를 구현하였다면, 뉴욕시기에 들어서는 산과 달,구름과 새 등의 구체적인 자연물들이 서서히 사라지고 순수한 조형 요소인 점, 선, 면으로 대치되어 내밀한 서정적 세계의 심화를 보여주었다. 뉴욕 정착과 함께 순수 추상화가로 변신했다고는 했으나 거기에는 한 가지 요지부동한 조건이 따른다. 그것은 작가의 한결 같은 예술적 기조, 다시 말해 ‘자연’을버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가장 순수한 의미에서의자연인自然人으로 평생 머물러 있었으며, 자연과의 원천적인 교감은 뉴욕이라는 고도로 문명화된 도시에서 오히려 심화되고순화되어 간 것으로 보인다.

출품작이 제작된 1970년대 초반은 김환기가 대작大作에 집중했던 시기이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예술세계의 발현이 전면점화를 통해 보다 잘 전달되려면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자와 작품이 설치된 공간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크기여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제작된 작품들과 작가의 일기 내용을 미루어보면대체로 100인치(약 255cm) 가량의 크기를 선호한 것으로 짐작된다. 기성 캔버스의 비율을 마음에 들지 않아 했던 김환기는 본격적인 작품제작에 앞서 캔버스 속틀을 만들고 코튼 천을 매는 것까지 모두 직접 했는데, 구상했던 것을 화폭에 옮기는 것에만 골몰하는 경우 너무 크게 제작하여 작업실 문을 통과하지 못해 작품을 해체하여 내보낸 뒤 다시 다듬는 경우가발생해 100인치를 적정 크기로 두고 제작한 것으로 여겨진다.전면점화를 제작하는 방식은 아교를 발라 둔 코튼 캔버스에점을 찍으면서 시작된다. 전면에 걸쳐 점을 찍고, 다시 점 하나하나에 사각의 공간을 부여한다. 다시 동일하면서도 다른 차원의 행위로 점 위에 새로운 점을 찍거나 점과 사각의 공간 사이를 채운다.

붓으로 여러 차례 메워 나가는 이러한 작업 방식은 온 종일 작품제작에만 매달려도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한다. 화폭이 커질수록 노력의 시간은 배가되어 대형 화폭에전면점화를 제작하면서부터는 하루의 작업을 정리할 때면 눈은 아물아물하고 다리가 무거웠다고 한다. 그럼에도 창작에대한 의지로 매일같이 캔버스에 점을 찍어 나갔고, 체력의 한계를 감내한 작가의 외로운 사투는 색색의 점으로 남아 깊은울림을 전달한다.붉은 색점들이 대형 화폭을 메우고 있는 출품작은 화폭 일부를 할애하여 푸른 색면을 함께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상단과하단에 자리한 푸른 색면의 면적 비율이 높진 않지만 색상 대비를 이뤄 화면에 긴장을 일으켜 붉은 색점의 존재를 강조해주고 감각적으로 인식되게 한다. 푸른 물감이 화폭의 가장자리를 따라 작은 포물선을 만들며 스민 것같이 자리하고 있는좌측하단과는 달리 띠를 두른 듯 상단에 구성한 푸른 색면에는 빨간색, 녹색, 파란색의 점들이 나열되어 있는데, 이 색점들은 색상의 경계를 따라 간격을 두고 여유롭게 자리해 있다.

른 색면이 붉은 색점들의 확장을 한정하는 듯 하면서도 푸른색면 안의 색점들이 마치 붉은 색점이 푸른 색면에 흡수되면서 떠오르는 것처럼 보색잔상補色殘像을 일으켜 새로운 공간으로의 확장을 보여준다.김환기가 제작한 캔버스 작품 중 붉은 색점으로 대형 화폭 전면을 채운 작품은 매우 적다. 오로지 붉은 색점만으로 가득채운 작품은 <14-Ⅲ-72 #223>이 확인되고, 추가 색상을 사용한 작품은 출품작과 같이 제작시작일자와 번호가 기재되지 않은 1971년작 , <27-Ⅷ-70 #186>과 <03-Ⅱ-72  #220> 정도 확인되어 희소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