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 김홍도(1745~) : 공원춘효도(貢院春曉圖) : Genre Painting : ink and color on silk : 37.5☓71.5cm
by 주해2022. 11. 30.
2020-09-10 20:08:34
작품설명
貢院春曉萬蟻戰 或有停毫凝思者 或有開卷考閱者或有展紙下筆者 或有相逢偶語者 或有倚擔困睡者燈燭熒煌人聲搖搖 摸寫之妙可奪天造半生飽經此困者 對此不覺幽酸豹菴봄날 새벽의 과거시험장, 수많은 사람들이 과거 치르는 열기가 무르익어,어떤 이는 붓을 멈추고 골똘히 생각하며, 어떤 이는 책을 펴서 살펴보며,어떤 이는 종이를 펼쳐 붓을 휘두르니, 어떤 이는 서로 만나 짝하여 얘기하며,어떤 이는 행담에 기대어 피곤하여 졸고 있는데, 등촉은 휘황하고 사람들은 왁자지껄하다.
묘사의 오묘함이 하늘의 조화를 빼앗는 듯하니,반평생 넘게 이러한 곤란함을 겪어 본 자가 이 그림을 대한다면,자신도 모르게 코끝이 시큰해질 것이다.표암 강세황.과거시험이 열리는 날, 뭉게구름처럼 펼쳐진 커다란 우산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그보다더 많은 사람들이 모인 이 장소는 과거시험장인 공원 貢院 으로, 새벽부터 분주하게 움직인 이들이 자리를 차지한 탓에 벌써 발 디딜 틈 없이 빽빽하다. 한양에서 열리는 시험을보기 위해 지방 곳곳에서 올라오기도 했을 것이며, 아마 과거 날 며칠 전부터 시험장 주변에 진을 치고 있었을 것이다. 봄에 진행하는 과거인 것으로 보아 3년마다 1번씩 열리는 정기시험인 식년시 式年試 의 복시 覆試 를 치르는 것일 테다.
사람들은 우산 아래 옹기종기 모여 각자 무엇인가에 열중하면서도 서로 이야기하고 떠드는 모양새로 긴장감이 흘러야 할 이 곳엔 사뭇 자유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진다.문장에 능숙한 자를 거벽 巨擘 이라 이르고, 글씨에 능숙한 자를 사수 寫手 라 이르며, 자리・우산・쟁개비 따위 기구를 나르는 자를 수종隨從 이라 이르며, 수종 중에 천한 자를 노유 奴儒 라 이르며, 노유 중에선봉이 된 자를 선접 先接 이라 이르는데, 붉은 빛 짧은 저고리에 고양이 귀 같은 검은 건 巾 을 쓰고서, 혹은 어깨에 대나무창을 메기도 하고 혹은 쇠몽둥이를 손에 들기도 하며 혹은 짚자리를 가지기도 하고 혹은 평상 平床 을 들기도 하여 노한 눈알이 겉으로 불거지고 주먹을 어지럽게 옆으로 휘두르고 고함을 지르면서 먼저 오르는데, 뛰면서 앞을 다투어 현제판 懸題板 밑으로 달려들고 있으니, 만약 중국 사람이 와서 이런 꼴을 본다면 장차 우리를 어떤 사람들이라 이르겠는가?― 다산 정약용, 『경세유표 經世遺表 』 제 15권 中 「과거지규 科擧之規다산 정약용의 저서 『경세유표』에는 조선 후기 과거시험장의 모습이 생생히 담겨있다.
오랫동안 준비하며 실력을 갈고 닦은 사람들도 있었겠으나,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라면 온갖 수단을 가리지 않았던 이들의 부정행위가 벌어지곤 했던 것이다. 말하자면 과거시험에 출제된 문제를 푸는 거벽, 그리고 이를 받아 적는 사수, 우산이나 자리 등의간단한 채비를 거드는 수종, 그리고 대나무창을 휘두르며 자리를 차지하는 선접이 한팀이 되어 부정을 벌였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신경전을 치르다 과장에서 목숨을 잃는 사람도 왕왕 생겨날 정도였다. 때문에 이를 고발하는 상소가 끊임없이 조정에 올라왔으며 이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가하고 관리하라는 어명을 내리는 장면을 조선왕조실록에서 자주 찾아 볼 수 있다.
특히 과거시험장 내 부정행위는 조선 후기에 이르러 더욱극심해졌기에 단원 김홍도나 표암 강세황 역시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