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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미술/서양 미술사

빈센트 반고흐, 프랑스 소설과 장미가 있는 정물, 1887년, 캔버스에 유채, 73.0 x 93.0㎝. 개인 소장......반 고흐처럼 프랑스 소설을

by 주해 2022. 12. 12.

2021-08-24 08:35:34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1/08/24/ZETVG4O355GNRMLOKWRLSEGTAE/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392] 반 고흐처럼 프랑스 소설을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392 반 고흐처럼 프랑스 소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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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고흐, 프랑스 소설과 장미가 있는 정물, 1887년, 캔버스에 유채, 73.0 x 93.0㎝. 개인 소장.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1853~1890)는 37세로 짧은 삶을 마감할 때까지, 고작 9년 남짓 화가로 살면서 900여 점의 회화를 남겼다. 습작까지 더하면 수천 점을 헤아린다. 가족들에게는 수시로 편지를 썼다. 남아있는 것만 800통, 사라진 편지까지 합하면 2000통가량이라고 한다. 쓰기만 해도 하루가 짧았을 텐데, 반 고흐는 그 와중에 프랑스 소설을 탐독했다. 어쩌면 그에게 시간을 함께 보낼 친구가 없었기 때문에 이 모든 게 가능했을지 모른다.

그림 속 테이블 위에 가득 쌓아둔 노란 표지의 책들은 모두 에밀 졸라, 기 드 모파상, 공쿠르 형제 등 당대 자연주의 문학을 이끌던 혁신적인 작가들의 소설이었다. 공교롭게도 당시 소설 표지는 반 고흐가 가장 즐겨 쓰던 노란색이었다. 19세기 말 유럽에서 ‘노란 책’은 날카로운 눈으로 냉정한 세상의 이모저모를 그대로 옮겼던 프랑스 소설의 대명사였다. 인간관계에 서툴러 상처가 많았던 반 고흐는 책을 펼칠 때마다 바로 옆에서 숨을 쉬듯 생생하게 살아나는 소설 속 각양각색의 인물들로부터 위안을 얻었을 것이다.

가식 없는 눈으로 세상을 보던 소설가와 반 고흐 사이에는 공통점이 하나 더 있었다. 그들 모두 일본 예술을 동경했다는 점. 마치 목판을 깎아 판화로 찍은 듯한 이 그림의 질감은 반 고흐가 일본 채색 목판화인 우키요에를 모방한 결과다.

스무 권 남짓한 책 중, 한 권이 보란 듯 펼쳐져 있다. 여동생에게 보낸 편지에서 반 고흐는 ‘우리 모두 글자를 읽을 줄 아는데, 그러니 책이나 읽자’고 썼다. 노란 낙엽이 떨어지면 반 고흐처럼 소설을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