數里平沙接遠樹 千重喬木蔭柴門可人最是滄州晩 潮落依稀見水村甲戌 秋日 光山旅次 小亭몇 리 평사는 멀리 나무와 닿고, 천 겹 나무들은 사립문을 가렸다.가장 아름다운 건 창주滄州의 석양에, 조수 지며 아스라한 강 마을이다.갑술년1934 가을에 광산 객사에서 소정.광활한 산수경이 소정 변관식의 필세로 채워졌다. 1934년 광산 객사에서 그렸다 밝힌 이 작품은 소정의 나이 36세 광주에서 그린 것으로 그의 초기작 중에서도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 무렵의 소정은 일본 유학시절에 배운 신남화풍을 극복하고자 화단 중앙에서 벗어나 전국을 유랑하며 사생했다. 이 과정에서 잠시 전통적 산수화풍을 구사하기도 했으며, 이번 출품작에도 그 맥락을 읽을 수 있다.화면 중앙을 가로지르는 구불구불한 강줄기는 전경에서 후경으로 멀어져 화면의 깊이감을 조성한다. 전경과 중경에 자리한 산세들은 갈필의 짧은 붓터치를 쌓아 올려 양감을 주었으며 고원과 심원의 시점을 서로 달리해 고전적 산수 표현을 구사했다. 다양한 수목의 묘사에서도 이 작품의 이론적 배경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를 짐작케 할뿐만 아니라, 이는 외조부로부터 물려받은 소정의 탄탄한 회화적 기반이 드러나는 지점이기도 하다.세 번째 폭 하단에는 갓 쓰고 두루마기를 입은 인물 두 명이 눈에 띈다. 이는 소정이 우리나라의 풍경과 풍습을 반영한 것으로 강 주변에 자리한 작은 마을의 초가집 묘사에도 중국의 화보가 아닌 우리 실상에 기반해 있음을 찾을 수 있다. 특히, 두루마기를 입고 지팡이를 짚은 인물의 모습은 이후 대부분의 작품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인물 표현으로 소정 양식의 일면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