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05 20:47:25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0/12/08/F2ZANTGJGFED3E62YKGUCT5PLA/
앙리 루소, 꿈, 1910년, 캔버스에 유채, 204.5 x 298.5 cm, 뉴욕 근대미술관 소장.
한 여인이 붉은색 소파에 반쯤 누워 잠을 자다 눈을 뜨니 의자와 함께 밀림 한가운데에 와 있다. 푸른 하늘에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떠있고, 빈틈없이 빽빽한 열대림 사이로 풍성한 과일이 주렁주렁 달렸고, 나뭇가지엔 기기묘묘한 새들이 원숭이들과 어울려 앉아있는데 여인은 옷조차 없으니 꿈이라도 너무 얄궂다. 소파 뒤로 코끼리가 무심히 지나가고, 알록달록한 치마를 입은 흑인 악사의 피리 연주에 맞춰 핑크색 뱀이 몸통을 뒤튼다. 연꽃들 사이로 암수 사자 한 쌍이 머리를 내밀다 여인을 보고 놀란 토끼 눈이 됐다. 아무리 사자가 놀란들, 여인보다 더 놀랐을까. 역시 소파 밖은 위험하다.
’꿈‘은 프랑스 화가 앙리 루소(Henri Rousseau·1844~1910)의 생애 마지막 대작이다. 파리의 세관원으로 일하던 루소는 나이 쉰에 은퇴한 다음에야 미술가가 됐다. 마음속으로는 완벽하게 대상을 그려내는 고전적 아카데미 화풍을 따랐지만, 그림을 혼자 익힌 루소의 작품은 영 딴판이었다. 소묘를 배운 적 없으니 형태는 어색했고, 원근법을 모르니 공간감도 없는 데다, 명암법도 부족해 색채는 평평한 원색뿐이었던 것. 평론가들은 어린애 장난 같은 루소의 그림을 두고 조롱과 멸시를 서슴지 않았지만, 차츰 놀랍도록 자유롭고 거침없이 강렬한 그의 화풍에 매료된 이가 늘었다.
루소는 파리를 떠나지 않고도 수많은 밀림 풍경을 그렸다. 그림 속의 이국적 열대림과 야수는 모두 시내 식물원과 동물원에서 본 것이다. 요즘처럼 모두가 방구석 신세인 시절에 루소의 그림을 다시 보니, 많이 안 배워도, 멀리 안 나가도, 새롭게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걸 새삼스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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