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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한국 고미술

죽창 심정주, 석농 김광국 - 묵포도도(墨葡萄圖) - 그림: 14.2☓14.4cm , 글씨: 14.3☓23.1cm

by 주해 2022. 11. 20.

2019-08-28 14:03:14

 

LITERATURE

석농 김광국, 石農畵苑, 18세기 후반

 

작품설명

葡萄一派 自溫日觀傳沈仲華之後 其法流傅東國 間有一二作之者 大都如婢學夫人 不爲賞鑑家雅玩 盖不

兼書法而爲之 則便落俗套故也 近有沈廷胄明仲者深得温沈之嫡傅 此帖卽其戱作也 幅少不足以展蜿蜿之勢 而極有草書典 則甚可愛也 其子師正號玄齋 畵品高絶 其合作者 徃徃有直可肩視宋元明諸畵家者記

云 良冶之子 必學爲裘 良弓之子 必學爲箕 果不誣也

포도그림의 갈래는 온일관溫日觀이 심중화沈仲華에게 전수한 이후로 그 화법이 우리나라로 전래되어 간간이 한두 명의 작가가 나왔으나, 대체로 계집종이 부인의 행실을 흉내 내는 격이라서 감상가들의 완상거리가 되지 못했다. 이는 서법을 겸비하지 않고 그리면 곧장 속된 투식으로 떨어지고 말기때문이다.

근래에 심정주沈廷胄 명중明仲이 온일관과 심중화의 전통을 깊이 체득하였으니, 이 화첩은 그가 장난 삼아 그린 그림이다. 화폭이 작아 구불구불한 형세를 펼치기에 부족하지만 초서의 전형을 극도로 발휘하여 몹시 사랑스럽다. 그의 아들은 사정師正은 호가 현재玄齋인데, 화품이 고절高絶하여 그의 득의작은 이따금 송, 원, 명의 이름난 화가들과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하다. 『예기禮記』에 “우수한 대장장이의 아들은 반드시 가죽 옷 만드는 법을 익히고, 뛰어난 활 만드는 장인의 아들은 키 만드는 일을 익힌다”라고 하였으니, 과연 틀린 말이 아니다.- 유홍준 . 김채식 옮김, 『김광국의 석농화원』(눌와, 2015), p.127 재인용탐스럽게 익은 포도 한 송이가 나무에 매달려 있다.

몰골의 너른 이파리는 왼편 상단에 비스듬히 보이며, 오른편에 휘갈긴 포도 줄기는 자유분방한 필치의기교로 과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단 한 송이의 포도가 담긴 소폭의 그림임에도 가히 범인의 솜씨가 아님을 알 수 있다.작품은 조선 후기 최고의 감식안이자 수장가로 이름을 떨친 석농 김광국의화평이 딸린 죽창 심정주의 묵포도이다. 죽창의 포도그림은 수운 유덕장의 묵죽과 세상을 휩쓸었다 전할 만큼 당대에 그 화력을 크게 인정받았으며, 앞서석농이 언급했듯 그의 포도도는 중국 포도그림 일가에 견줄만한 득의의 단계에 올라있었다. 특히 포도나무의 구불거리는 가지를 초서의 필법으로 구현한것은 이 작품의 큰 매력과 특징으로 볼 수 있겠다. 죽창은 그의 아버지가 과거시험에서 부정을 저지르고 역모에 가담한 죄로 출사하지 못하고 문인화가로서 여기를 달랬던 것으로 보인다. 주로 포도도를 남겼으며, 그의 화력은 아들현재 심사정沈師正, 1707-1769에게 이어져 조선 후기 남종화를 꽃피우게 했다.

동안 알려진 심정주의 작품이 드물기 때문에 이번에 출품된 작품은 조선 후기 포도그림뿐 아니라 그의 회화세계를 밝히는 귀중한 자료이며, 더불어 동시대를 살았던 석농 김광국이 직접 꾸민 『석농화원石農花苑』 원첩原帖 권2에 속해있어 더욱 신뢰를 살 수 있는 작품으로도 가치가 높다. 이 작품은 실물이 알려지지 않아 그간 석농의 화평으로만 죽창의 그림을 짐작 할 수 있었는데, 이번경매를 통해 죽창 작품의 진가를 알리게 되었을 뿐 아니라 『석농화원』 일부가발굴된 소중한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참고문헌유홍준 . 김채식 옮김, 김광국의 석농화원(눌와,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