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박물관 '새 보물'展… 놓치면 안 될 걸작 7選
눈길 닿는 곳마다 명품이다. 21일 개막한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새 보물 납시었네, 신국보보물전'이 코로나로 침체한 문화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로 국보와 보물이 출품돼 초반부터 반응이 뜨겁다. 2017~2019년 새로 국보·보물로 지정된 157건 중 이동 가능한 83건 196점이 나왔다. 9월 27일까지 열리는 이 명품의 향연에서 놓치면 안 될 걸작 7선(選)을 꼽았다.
이인문 ‘강산무진도’ - 8.5m 대작 중 일부.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 사이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산꼭대기 마을과 아랫마을을 연결해 도르래로 물자를 실어 나르는 사람들도 세필(細筆)로 그렸다.
①'강산무진도'와 ②'촉잔도권'=나란히 펼쳐진 두루마리 산수화 두 폭이 최고의 관람 포인트다. 이인문의 '강산무진도'(보물 제2029호, 856×43.9㎝)와 심사정의 '촉잔도권'(보물 제1986호, 818×58㎝). 회화사 연구자들은 "죽기 전에 두 그림을 함께 볼 날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며 흥분한다. '강산무진도'는 끝없이 펼쳐지는 대자연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고, '촉잔도권'은 중국 장안에서 촉(지금의 쓰촨)으로 가는 험난한 길을 담았다. 이인문은 스승 심사정의 '촉잔도권'에서 영향받아 '강산무진도'를 그렸다.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는 광활한 산수와 계곡, 기암절벽 같은 묘사가 닮았지만 차이도 뚜렷하다. 인적이 드문 '촉잔도권'과 달리 '강산무진도' 곳곳엔 농경·수산 등에서 바쁘게 일하는 인물 360여 명이 그려져 있다. 새소리가 들리고, 46억 화소로 스캔한 '강산무진도'가 3면 벽을 둘러싸고 펼쳐져 그림 속에 들어온 듯한 감동을 준다.
③김홍도 '마상청앵도'=나그네가 문득 섰다. 고개 들어 올려다보는 시선 끝에 꾀꼬리 한 쌍이 버들가지에 앉아 있다. 가만히 숨죽인 선비가 말 위에서 꾀꼬리 노랫소리를 듣는[馬上聽鶯], 김홍도의 '마상청앵도'(보물 제1970호)다. 시적 정취가 물씬한 이 그림은 8월 11일까지만 볼 수 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신윤복 ‘미인도’, 김득신 ‘풍속도 화첩’, 김홍도 ‘마상청앵도’.
④신윤복의 '미인도'=대신 12일부터는 신윤복의 '미인도'(보물 제1973호)가 등판한다. 쌍꺼풀 없는 눈에 초승달 눈썹, 아련한 눈빛. 조선 시대 여인 초상의 전형을 제시한 걸작이다. 윤기 흐르는 검은 머리칼과 배추같이 풍성한 옥색 치마, 노리개를 살짝 받쳐 들고 옷고름을 쥔 손의 자태가 보는 이를 설레게 한다. 신윤복은 적었다. '가슴속에 서린 봄볕 같은 정, 붓끝으로 능히 그 마음 전하도다.'
⑤김득신 '풍속도 화첩'=뛰어난 관찰력으로 조선의 일상을 포착한 김득신의 '풍속도 화첩'(보물 제1987호)도 놓칠 수 없다. 병아리를 물고 달아나는 고양이, 그 고양이를 잡으려다 마루에서 떨어지는 선비, 화들짝 놀란 아낙의 몸짓에서 생동감이 넘친다. 이번 전시엔 간송재단이 소장한 보물 22건이 나왔다. 간송 문화재가 한꺼번에 외부에서 전시되는 건 처음. 3주 단위로 교체 전시하므로 날짜를 확인해야 한다.
⑥'얼굴무늬 수막새'='신라의 미소'로 알려진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보물 제2010호)도 서울 나들이를 했다. 오른쪽 아랫부분이 사라졌으나 이마와 두 눈, 잔잔한 미소가 신라인의 소박한 면모를 보여준다.
⑦붓꽂이='청자 투각 연당초문 붓꽂이'(보물 제1932호)는 고려 최상급 청자의 정수를 보여주는 명품. 거친 파도를 헤치고 승천하는 용 두 마리와 활짝 핀 연꽃무늬, 다양한 장식기법이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자칫 '백화점식 명품 나열'에 그칠 수 있었던 이번 전시를 풍성하게 만든 건 기획과 큐레이터의 힘. 주최 측은 기록유산과 예술품, 불교 문화재를 역사·예술·염원 세 주제로 나눠 스토리를 입혔다. 온라인 예약제로 운영되며, 오전 10시부터 2시간 단위로 관람 인원을 200명으로 제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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