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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한국 고미술

긍재 김득신(1754~1822) - 기려문답도(騎驢問答圖) - ink and color on paper - 23.0☓25.5cm

by 주해 2022. 11. 17.

2019-02-28 15:22:00

 

 

牧童披蓑衣 朝緣碧溪行 摘取前林霜後葉 以作咽咽三兩聲

客來忽相聞 停鞭問牧童 驅車向何處 手指水聲山色裏 笑踏秋雲叱牛去

 

목동이 도롱이 걸치고 푸른 아침 시내를 따라 걸으며, 이슬 내린 앞 숲의 잎을 따 구슬픈 소리를 지어내네.

객이 갑자기 이 소리를 듣고 말을 멈춘 채 목동에게 어디로 가느냐고 묻자, 물소리와 산을 가리키며 가을 구름 밟은 채 워워 소를 몰고 가네.

 

 

앳된 목동이 도롱이를 걸치고 소와 함께 적막한 길을 걷고 있다. 풀피리 소리를 내는 듯 입에는 풀잎을 물고 있는 모습이다. 반대편의 나귀를 탄 행인은 이내 그 목동을 마주해 대화하다 목동의 손이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이 향한다. 행인의 시선이 향한 곳엔 잔잔한 강이 흐르고 어스름한 산세가 자리하고 있다.옅은 먹선으로 윤곽을 잡고 습윤한 먹을 은은하게 풀어낸 긍재의 기려도로 소략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려낸  인물 묘사와 화제에 따른 화면 전개가 감탄을 자아낸다.

좌측에는 제를, 우측에는 긍재兢齋라는 호를 적고 현보賢輔 인장을 찍었다. 긍재는 풍속화가로 널리알려졌지만 도석인물, 영모, 산수에도 매우 능했다고 전해진다. 이 작품은 그가 추구했던 남종 문인화풍의 산수를 그의 숙달된 필력으로 화폭에 담아냈다.

우측 하단에는 근대 고미술품 수장가였던 청원 박창훈朴昌薰, 1897-1951이 소장했던 작품임을 알 수 있는  박창훈가진장朴昌薰家珍藏의 주문방인이 찍혀 있다. 박창훈은 외과의사이자 당시 위창 오세창吳世昌,  1864-1953, 송은 이병직李秉直, 1896-1973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수장가중 한 명이었다.

그는 경성미술구락부京城美術俱樂部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1940, 1941년 두 번에 걸쳐 자신의 수장품을 경매했을 정도로 당대 최고의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었다. 그가 소장했던 출품작을 통해 그의 취향과 수장가로서의 뛰어난 안목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참고도판박창훈 사진©정구충, 한국의학의 개척자(동방도서, 1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