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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박수근 작품관

박수근(朴壽根 : 1914~1965) : Under Trees oil on board 37.5☓26.5cm 1961

by 주해 2022. 12. 27.

2022.10.12

 

LITERATURE

『박수근』(갤러리현대, 2002), p.69.『박수근』(가나아트, 2014), p.91, pl.45, p.239.『새로 보는 박수근: 박수근 100장면(박수근 탄생 100주년 기념)』(수류산방, 2015), p.179, p.452. 

 

작품설명

“ 박수근 도상의 특성으로 나목(裸木)을 들 수 있다. 심하게 가지치기가 되어 있는 나무들, 그들은 왜 그렇게 몸이 잘려나갔을까. 팔다리만 잘린 것이 아니다. 그들은 몸뚱어리도 정상으로 수직구도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필요 이상으로 굽어져 있어, 한마디로 ‘몸부림’의 극치들이다. 나무는 수직 성장을 지향한다. 하지만 박수근 나무는 갈등과 굴절, 즉 몸부림의 형상들이다. 갈등의 시대를 상징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박수근 나무는 이파리 하나 허용하지 않는 추운 겨울 풍경이다.

앙상한 가지의 나무들, 이파리 하나 없는 썰렁한 풍경들, 이는 궁핍한 시대의 표상이다. 수족이 잘린 것들, 전쟁 이후의 피폐한 사회상을 연상시킨다. 그렇다고 고목은 죽은 것도 아니다. 이듬 해 봄이 오면 잎이 돋아날 것을 기약하게 한다. 때문에 박수근 도상의 대표성을 갖는 것은 앙상한 나목 아래 걸어가고 있는 아낙네 모습이다. 나무는 박수근의 자화상과 같았고, 시대의 풍속화였다.” - 윤범모「박수근 궁핍한 시대의 풍경을 그리다」, 『박수근 Park Soo-Keun』(가나아트, 2014), pp.4-5.박수근은 1954년 미군에서 초상화를 제작하던 일을 그만두고 본격적인 전업 작가의 길에 접어들어 <풍경>, <절구>를 국전에 출품하게 된다. 이 시기에는 대부분 작가들에게 개인전의 기회가 없었으므로 화가로서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는 국전 출품을 외면할 수 없었다.

이후 그는 7회 대한미협전에 <두 여인>을 출품했고 당시 우리나라 유일의 상설화랑이던 반도화랑을 통해서도 작품을 활발히 거래했다. 이렇게 점점 화가로서의 입지가 공고해질 무렵 1957년 국전에 출품했던 100호 대작 <세 여인>이 낙선하게 된다. 당시 소품 위주의 작업을 하던 박수근이 새로운 도전의 의미로 열과 성을 다했던 작품이 낙선하자 그는 크게 상심하고 말았다. 이러한 이유로 다음해 국전에는 작품을 출품하지 않았지만 당시 반도화랑을 운영하던 실리아 짐머만이 소장하고 있던 <노변의 행상>이 샌프란시스코 미술관에서 열린 동서미술전에 전시됐고, 뉴욕의 월드 하우스 갤러리World House Gallery에서 개최된 한국현대회화전에 <모자>, <노상>, <풍경>이 선보여지며 해외에도 그의 작품이 소개됐다.

연이은 해외 전시 소식에 국내 화단에서도 박수근의 작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1959년에는 국전 추천 작가로 선정됐고 1962년에는 심사위원으로 서양화 공모작을 심사했다.출품작이 제작된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박수근의 작품은 완숙의 경지에 이른다. 형태는 더욱 단순화되면서 굵은 윤곽선에 의해 강조되고 질감은 더욱 두텁고 거칠어져 표면은 캔버스에 유화로 그려진 회화라기보다는 마치 돌과 같은 느낌을 가지게 된다. 주제를 표현함에 있어서는 인물이나 풍경화에서 검은 선과 흰색, 회갈색, 황갈색의 색채를 사용해 명암과 원근감이 거의 배제된 표현을 보이기 시작한다. 화면에서 구체적인 상황을 암시하는 배경은 사라지고 대상은 극도로 단순화돼 몇 개의 선으로 표현된다.

이러한 회화적 양식의 변화로 그의 작품에는 원근에 따른 공간감이 아닌 평면성이 두드러지게 된다. 이 시기에 그린 작품에는 고목과 인물이 동시에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중앙에 나무를 배치하고 그 아래로 인물들이 지나가는 구도를 볼 수 있다. 출품작을 보면 수직으로 가로지르는 나무가 인물들에 비해 비례적으로 훨씬 크게 그려졌는데, 자연 속에서 조화롭게 어울려 사는 공동체의 모습을 강조해 표현하기 위한 조형적 장치로 보인다. 우측에는 저마다 다른 자세를 한 남성들이 있고, 왼쪽으로 한 여인이 허리를 굽혀 일하고 있다.

여인의 저고리는 붉은색으로 칠해 전반적으로 단조로운 색감 안에서도 변화를 줬다. 박수근 작품의 주된 소재는 한결같이 시골의 집, 고목, 노인, 아이, 여인들 등이었고 등장하는 인물의 성별에 있어서는 남성보다는 일하는 여성들이 많았다. 절구질하는 여인, 나물 캐는 여인,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여인 도상이 대표적인 예이다. <노상의 사람들>처럼 화면에 남성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정적으로 앉아있는 도상이다. 하지만 이번 출품작은 밭갈이를하는 세 명의 농부들의 모습을 그린 것으로, 일하는 남성들의 동적인 모습을 담은 것이 특징적이다. 배경은 가로로 지나는 완만한 곡선을 통해 이등분했는데, 미묘한 색감의 변화로 하늘과 땅을 구분 지었다.

자연 풍경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는 이전 시기 인물화에서 보이던 절제되고 기하학적인 선의 표현보다는 길게 늘어지는 자연스러운 곡선의 형태를 보여준다. 작품의 주제인 고목은 가장 짙은 색으로 그려졌는데, 나뭇가지가 여러 방향으로 뻗어가는 형태를 간결한 선을 통해 묘사했으며 나뭇가지 끝에는 옅은 노란색을 더해 생동하는 봄의 기운을 표현했다. 우측의 나무는 중앙에 그려진 나무보다는 작게 표현돼 주제를 강조하는 동시에 평면성이 강조된 화면에서도 근경과 원경을 구분하고 있다.

화면 전반은 마치 표면에 흙이 묻은 듯한 자연스럽고 향토적인 색감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데, 그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재질감은 옛 석물의 아름다움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유화물감이라는 서구적 표현양식을 사용해 한국의 전통적인 미와 서정성을 계승하고자했던 것이다. 때문에 박수근의 작품에는 정적이면서도 깊이있는 호소력과 순화된 민족적인 정서를 느낄 수 있으며, 어려운 시대적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삶에 충실하고자 했던 성실한 태도를 통해 우리 민족의 모습을 표현하려는 의지가 담겨있다. 이처럼 그의 예술은 삶과 밀착돼 있었고, 높은 이상향보다는 일상의 풍경에서 볼 수 있는 소박한 정취를 평생 작업의 소재로 추구하며 자신의 화폭으로 옮겼다.

 

20221025  :  S  :  HP  : 1,000,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