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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한국 고미술

벅수 130×16×198(h)cm 조선후기 밤나무

by 주해 2022. 11. 11.

2018-03-10 17:28:48

 

 

“…이러한 頭部 위주 조각에 포함될 것이 제주지방의 돌하루방, 통영지방의 석장승, 그리고 일반 나무장승들이며, 이것이 신상에 대한 원시시대 이래로 우리들의 마음 바탕에 있는 영상이라고 생각된다. 말하자면 그리스의 아폴로식의 육체를 가진 인간상으로서가 아니라, 육체를 떠난 초인간적인 정신적 존재로서 파악되고 있는 것이다.…”
김원룡, 『한국 고미술의 이해』,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1999, P.37



이 작품은 나무의 갈라져 자란 줄기에 각각 남녀의 얼굴을 새겨 넣은 한 쌍 의 벅수이다. 오른쪽 줄기의 관모를 쓴 대장군은 치켜올린 눈썹, 콧구멍이 드러나는 큼직한 코 아래 놀란 듯이 입을 한껏 벌리고 있다. 왼쪽의 여장군은 두 갈래로 갈라진 머리를 하고 있으며, 큼직한 눈동자가 박힌 왕방울 같은 눈알, 큼직한 주먹코, 그리고 이빨이 드러나도록 환하게 지은 미소를 가지고 있다. 특히 목재를 깎아내어 인공적으로 모양을 조각하지 않고, 나무 그대로를 활용하여 자연미를 살리고 있다.
관모를 쓴 우측의 대장군의 큼직하게 벌린 입이나 양 콧구멍, 여장군의 눈은 모두 나무에 있던 옹이와 갈라짐을 그대로 활용한 것이다. 본래 재료의 흠을 인공적으로 없애려 하지 않고, 그대로 활용한 점은 나무를 조각의 재료로 보지 않고, 장인이 나무 자체에서 수호신의 모습을 찾아냈음을 말한다. 이처럼 장식같은 인공을 줄여 원자재가 가지는 자연의 힘이 더 발산되도록 하는 것은 한국 민속이 가지는 아름다움이다. 출품작 <벅수>는 그러한 한국 민속의 면모가 여실히 드러난 작품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