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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한국 고미술

고려청자상감매죽포도문표형병 (靑磁象嵌梅竹葡萄文瓢形甁) 24.2☓58.2(h)cm

by 주해 2022. 11. 12.

2018-04-18 15:49:20

 

 

 

 

 

 

Inlaid Celadon Bottle

GoRyeo Period

 

LITERATURE

2005 제3회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 ‘청자의 색과 형’전((재)세계도자기엑스포, 2005), pl.197.

 

작품설명

상감청자란 자기 표면에 무늬를 새기고 다른 종류의 흙을 메워 소성하는 장식 기법으로,고려시대인 12세기 중반부터 제작되기 시작했다. 13세기 전반, 몽골의 침입으로 쇠퇴기를 맞이하기 전까지 나전칠기, 금속공예와 함께 찬란한 고려 장식문화의 상징이자 중심이었던 상감청자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은 물론 동아시아 전반에 걸쳐 대단위 수요를 일으킨예술품이기도 했다. 본래 청자의 제작기법은 중국에서 전래되었으나 그것을 뛰어넘어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이유는 다분히 고려 장인들의 창의적인 발상에서 기인한 것이었는데,엄밀히 말해 그들의 기술력과 수요 지배계층의 미감이 결합된 결과였다.

상감기법의 출현에 대한 당대의 기록은 확인하기 어렵지만 시초를 12세기 중반으로 추정하는 것은 중국 송나라의 사절단인 서긍 徐兢 의 ‘고려도경 高麗圖經 ’과 문공유 文公裕 의 묘에서 출토된 상감청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고려청자의 기법은 근래에 만드는 솜씨와 빛깔이 더욱 좋아져서 유색이 자못아름답고 솜씨가 정교하며 고려 사람들은 자신들의 청자를 비색翡色 이라 일컫는다.”- 서긍, 『고려도경』 1123 권32 도존 陶尊 편당시 고려도경에 비색청자에 대한 내용만 언급될 뿐 상감청자에 대한 이야기는 없지만 1159년 타계한 문공유의 묘에서 발굴된 것으로 미루어 보아 30년 사이에 발명되어 뛰어난 발전을 이룩한 것으로 보인다.

순청자의 비색은 이때 이미 완연해져 중국조차 감탄을 마지않았음에도 고려 지배계층은 만족하지 않았고, 그들의 지속적인 욕구는 최고의 비색 위에장식성을 가미한 상감청자의 탄생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작품은 높이 58cm에 달하는 대형의 청자상감표형병이다. 표주박형태를 띠고 있으며 상부와 하부가 적절한 볼륨을 보이지만 다소 마른 편으로, 그 크기를 감안하면 성형단계에서 꽤 공을 들여 제작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제작의 특성과 환경적인 제약으로 50cm 가 넘는 높이의 청자는 전하는 바가 극히 적은데 도판에서 확인할 수 있듯 기물의 형태는 오히려 30-40cm의 일반적인 청자표형병으로 착각할 만큼 기존의 조형성을 잘 유지한 모습이다.

전반적으로 백상감이 주를 이루고 흑상감은 소재의 포인트를 주는데 사용되었으며, 유약은 두꺼운 편으로 12세기에 등장하는 청자들과 궤를 같이한다. 이는 12세기 상감기법이 등장한 초기에는 흑상감이 주를 이뤘으나 곧 백상감의 등장이 많아졌고, 유약 또한 상감 장식이 도드라지도록 점차 얇아지고 투명해지는데 기인한다.구연부는 별도의 문양 없이 이뤄졌으며 바탕문으로 배치한 포도넝쿨문을 구연부 바로 아래부터굽까지 전면에 조성했다. 하부의 네 면에는 흑백의 이중 선대로 능화창을 내어 대나무와 매화, 버드나무와 갈대를 그려 넣었는데, 바탕문양을 백상감 위주로 능화창의 문양은 흑상감 위주로 표현해 문양간의 간섭을 최소화한 부분이 눈에 띤다. 줄기마다 포도알갱이를 달아놓고 중심에는 흑상감으로 점을 찍어 주목도를 높였으며 양면 한 곳씩 줄기를 타고 노는 동자들을 숨겨놓아 도안의풍성함을 더했다.

바탕문의 넝쿨을 시문함에 있어 일정한 패턴을 보일 법 하지만 위 출품작은 대형임에도 오히려 정형화되기보단 자유분방한 형태를 띤다. 바닥면에 이르러서는 구연부와 마찬가지로 굽 윗부분까지 포도넝쿨을 채우고 종속문은 따로 두지 않았다. 굽은 외면을 낮게 잡고 바닥은 평저의 형태를 띠며 유약을 닦아낸 다음 구워낸 모습이나 별도의 모래흔적은 확인되지 않는다.위 표형병은 앞서 언급한 데로 높이가 무려 58cm에 달한다. 비색의 표면과 화려한 문양, 문양을돋보여주는 유약과 단정한 기형 모두 상감청자를 제작함에 있어 상당한 기술력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위 출품작과 같은 규모는 당대의 모든 청자기술력이 동원되었기에 당당한 위용을 자랑하며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각 시대의 향유계층에 귀하게 전승되어 이처럼 후대에 남겨졌을 터, 고려 최전성기 문화를 오롯이 담아낸 고려상감청자의 대표작 청자상감매죽포도문표형병 한 점을 소개한다.

 

참고문헌

국립중앙박물관, 천하제일 비색청자(국립중앙박물관, 2012)

정양모, 한국의 도자기(문예출판사, 1991)

호림박물관 신사분관 개관기념 특별전 고려청자(성보문화재단, 2009)

호림박물관명품선집Ⅰ(성보문화재단, 1999)

국립문화재연구소, 우리나라 전통 무늬 2 도자기(국립문화재연구소,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