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14 20:09:25
상세설명
분청사기는 쇠퇴한 청자의 빛을 되살리려는 꾸준한 노력의 결실이었다. 이에 초기 분청사기의 문양과 기법에서는 고려청자의 영향이 다분하다. 출품작 역시 고려청자에 즐겨 사용된 포류수금문이 상감기법으로 시문되었다.
다만 전성기의 청자 매병과 비교하면 기형과 문양 표현의 질이 확연히 떨어져 청자에서 분청사기로 변천하는 과도기적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동체에는 수중과 수면의 풍경을 모두 표현하였다. 물 속의 너울거리는 수초 사이사이를 물고기가 힘차게 헤엄치고 그 위로는 버드나무가 있는 물가에서 오리가 노닐고 있다.
문양의 사실성과 정세함은 떨어지지만 분청사기 특유의 활달한 표현이 느껴진다. 포류수금문은 관음보살(觀音菩薩)이 병자를 치유할 때 버드나무가지로 깨끗한 물을 뿌려 병을 고치는 의식이었던 양지정수법(楊枝淨水法)을 상징한다. 반면 특유의 한가로운 풍경 탓에 개경의 귀족들에게는 낙향을 상징하는 부정적인 도상으로도 받아들여졌다.
이 이유로 정병(淨甁)과 같은 불교 공양구에 한정되어 시문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고려 후기가 되면 출품작과 같은 일상용기에도 포류수금문이 즐겨 시문된다. 사회가 혼란해지면서 한가롭고 평화로운 물가의 풍경이 큰 인기를 얻게 된 것이다. 이는 고려말기 청자의 제작지가 강진, 부안에서 전국 각지로 흩어지면서 수요층이 확대된 것과도 깊은 연관을 맺는다.
비록 청자의 치밀한 비색과 정돈된 기형에는 못 미치지만 자연의 소재를 추상화한 표현이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참고문헌
이희관, 「高麗前期 靑磁에 있어서 蒲柳水禽文의 流行과 그 背景」, 『미술자료』67, 국립중앙박물관,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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