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08 00:02:58
출품작은 동체 전면에 백토를 분장하고 암수의 물고기를 동체 앞뒤에 각각 시문하였다. 아이를 한껏 품은 암놈의 표정은 매우 예민한 반면 숫놈의 표정은 한 없이 천진하다. 분청사기 특유의 익살미와 해학이 넘친다.
분청사기에는 다양한 모양의 물고기가 등장한다. 장군과 편병, 매병 등 기형에 상관없이 그 모양이 매우 파격적이고 표정도 다양하다. 어떤 물고기는 웃고 울면서, 위압적이면서도 순진하다. 우리 생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 그 자체이다. 그 중 공통적으로 보이는 천진하고 동그란 눈은 순박한 조선 민초의 표정을 상상하게 한다. 민초의 그릇이라는 분청사기의 미감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작품이다.
분청사기 장군은 15세기 전반부터 확인된다. 보령 용수리 요지에서 출토된 분청사기상감장군편이 그 예다. 발굴결과를 통해 이 시기 분청사기 장군에는 주로 상감, 음각기법이 사용된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이후 학하리, 송정리, 수유동 등 전국 각지로 상감인화문 분청사기 장군이 확산된다.
출품작과 같은 철화분청사기장군은, 이른바 ‘계룡산 분청사기’ 로 칭한다. 15세기 중반부터 공주 학봉리 지역에서 제작된 계룡산 분청사기는 철화기법으로 유명하다. 문양은 형태가 우스꽝스럽게 과장되거나 변형된다. 또한 다른 분청사기와 달리 넓은 여백에 추상화된 주문양만을 강조한 것이 특징으로 익살미를 강조한 분청사기 미감의 절정으로도 평가 받는다.
출품작의 물고기 문양 역시 특별한 솜씨를 갖추고 있지는 않으나 간결하고도 거침없는 곡선미를 잘 보여주고 있다. 능숙하지 못한 장인이 철화안료를 사용하면 문양이 번지기 쉽고 표현의 끝이 거칠지만 본 작품은 몇 개의 힘차고 간결한 선으로 물고기의 생동감을 잘 살리고 있다. 간결하게 표현한 수초 사이를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은 도자기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굽에는 유약을 시유하지 않고 소성할 때는 동체의 납작한 측면을 바닥에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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