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07 23:58:42
표주박 모양을 본뜬 청자표형병(靑磁瓢形甁)이다. 표형병은 중국 당대(唐代, 618-907)에 출현한 이후 고려에서 다양한 금속기 와 청자로 제작되면서 큰 애호를 받았다. 특히 국보 116호와 같이 주자(注子)에서 특히 많이 채택되며 청자 주자의 대표적인 기형으로 자리잡았다.
출품작은 특이한 기형의 표형병이다. 허리가 굉장히 짧은 일반적인 표형병에 반해 출품작은 허리를 길게 늘어뜨려서 동체를 완전히 구분하고 있다. 위아래의 몸통을 기다란 허리가 잇고 있는데 전체적인 비례가 적절하고 시원하다. 유사한 작품이 호림박물관에 전승하지만 흔치 않은 기형으로 희소성이 크다. 구분된 동체에는 각기 다른 문양을 구성하여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우선 동체 하부에는 음각으로 연화당초문을, 상부에는 운문과 우아한 학을 시문하여 불교와 도교적인 도상을 한데 표현하였다. 이 병에 당시 고려인들의 이상향이 모두 담겨있는 셈이다. 여백없이 동체 가득히 문양을 시문했지만 음각의 기술이 우수해 전혀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부드럽고 고요한 선계 (仙界)의 풍경이 눈에 선하다.
담녹색을 띄는 청자유약을 입혔으며 빙렬이 고르게 잘 분포되었다. 굽은 평굽으로 유약을 모두 닦아낸 후 모래와 내화토를 섞은 후 받쳐 소성했다. 희귀한 기형에 아름다운 유색, 세부적인 음각 표현이 더해져 섬세하고 화려한 미감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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