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08 21:39:46
LITERATURE
조선의 공신(한국학중앙연구원, 2012), p.59, pl.12.
작품설명
손소 孫昭, 1433-1484 는 1459년 세조5 식년문과에 급제한 뒤 병조좌랑, 종묘서령을 역임하였고, 1467년 세조13 이시애 李施愛 의 난이 일어나자 종사관으로 군무를 맡아 난을 평정하는데 공을 세웠다. 그 뒤 적개공신 2등에 녹훈되어 내섬시정에 특진되었으며, 계천군 雞川君 에 봉해졌다.
적개공신에 녹훈된 공신의 화상으로는 〈손소 화상〉, 〈장말손 張末孫 화상〉, 〈오자치 吳自治화상〉이 현재 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손소 적개공신화상 孫昭 敵愾功臣畵像 〉은 녹훈된 지약10년 뒤인 1476년 성종7 에 제작하여 종가 宗家 에 내려준 것이다. 이 화상을 범본으로 하여 후대에 다시 그린 것이 여기에 소개하는 이모본 화상이다. 이모본의 비단은 이어 맨 흔적이 없는 한 장으로 되어있다. 그림 오른 편 상단에는 정본 正本 인 〈손소 적개공신화상〉에적힌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었다. 글씨를 쓴 바탕 비단은 박락된 부분이 있지만, 붉은 색글씨는 획의 끊어짐이 없어 뒷 시기에 써넣었음을 알 수 없다.이 화상이 이모본임을 알려주는 단서는 화면의 왼편 아래에 “正神十九年 乙卯 改摹”라고쓴 부분이다. 여기에 근거한다면 이 화상은 1795년 정조19 에 이모한 것이 된다.
이 그림을이모한 화가는 정조대에 활동한 화가 이명기 李命基, 1756-1802이후 이고, 이를 주관한 자는손소의 후손인 손국제 孫國濟 이다. 손국제의 「행장 行狀 」에 “···乙卯改摹襄敏公影幀 以長水丞李命基 有能畵聲 公躬進以請 敦事而歸···”라는 기록이 있어 그의 부탁으로 이명기가 이모본을 그렸음을 알 수 있다. 이명기의 이름 앞에 쓴 ‘장수승 長水丞 ’이란 장수 長水 의찰방 察訪 을 뜻한다. 이명기는 경기도 화성의 용주사 龍珠寺 불화 감동 監董 및 어진도사 御眞圖寫 를 주도한 공으로 1793년 정조17 4월 28일 장수도 長水道 찰방 察訪 에 임명되었다.
이후1795년 정조19 , 40세 8월까지 2년 4개월간 이곳에서 찰방으로 근무하였다. 찰방은 각도 道 의 역참 驛站 을 관장하던 문관 종6품의 외관직 外官職 이며, 장수도는 지금의 경상북도영천시 永川市 신령면 新寧面 에 있었던 장수역 長水驛 을 말한다.이명기는 장수도 찰방으로 있던 중 그림을 의뢰 받아 그린 사례가 많았던 것으로 추측된다. 알려진 것으로는 1793년 성주도씨 星州都氏 문중의 도필구 都必九 가 가져온 〈열녀서씨포죽도 烈女徐氏抱竹圖 〉를 모사하였고, 1794년 정조18 에는 영천의 은해사 銀海寺 상종암 上聳庵 에봉안된 신라 경순왕 敬順王 어진을 모사한 바 있다.
이명기가 찰방으로 근무하던 영천 신령 新寧 은 경주와도 가까워 이 지역으로도 유지들과 왕래가 잦았던 듯하다. 손국제가 이모본을 부탁하고 이명기가 이를 수용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가능하였을 것이다.〈손소 적개공신화상〉 이모본은 정본과 같은 크기로 정확한 형태를 옮겼다. 구렛나루와 수염을 묘사한 세필 細筆 의 선묘가 유난히 돋보인다. 그러나 단령 전체는 원래의 색감이 탈색된 상태이다. 이는 단령에 새로 채색을 하기 위해 기존에 있던 안료를 씻어낸 흔적으로 추측된다. 안료를 씻어낸 뒤 다시 그린 부분은 가슴과 좌측 상반신에 해당한다. 그런데 무슨이유에선지 가채를 더 이상 진행시키지 않고 중단하였다.
안료를 씻어낸 뒤에는 옷주름선을 대략 그은 뒤 입체감을 살려 묘사하려 한 흔적이 역력하다. 가채의 시기는 근대 무렵으로 추측된다. 이명기가 이 그림을 이모한 것은 장수 찰방의 임기가 끝난 1795년 1월에서8월 사이가 된다. 가장 완숙한 기량을 발휘하던 이명기 40세 때의 이모작이다.이모본 손소 화상의 얼굴에는 이명기 특장인 명암법에 의한 입체감 있는 묘사는 크게 절제되었다. 다만 얼굴에 붉은색 선으로 그은 윤곽과 주름 옆에는 옅은 미세한 명암 明暗 이들어가 있어 18세기 후반기 초상화법이 부분적으로 적용된 상태이다. 〈손소 적개공신화상〉 이모본은 공신화상의 정본과 함께 전하고 있으며, 이모본을 의뢰한 자와 화가를 알수 있는 매우 중요한 사례이다.
- 작품수록처 원고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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