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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한국 고미술

영산회상도 靈山會上圖 - The Vulture Peak Assembly - 319.5☓384.5cm -1741.3

by 주해 2022. 11. 16.

2018-12-09 16:53:32

 

 

LITERATURE

 중생의 염원(한국불교미술박물관, 2003), p.15, pl.2.

 

작품설명

영산회상도는 영취산에서의 석가모니의 법화경 설법 장면을 그린 것으로, 석가여래의 설법 회상을 총칭하는 도상이기도 하다.

중국에서 유래 후 조선시대 등장해 말기까지 제작된 이 불화는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그림과는 차이를 보인다. 중국과 일본의 영산회상도는 영취산이라는 장소를 드러내기 위해 배경을 부각시키고 보다 서사적으로 그렸다면,조선시대 제작된 작품들은 배경을 생략해 장소를 파악하기 어려운 데다 석가모니가 강조되어 있다. 또한 외국에서는 다른 도상들과 함께 벽화로 그려 이야기를 구성한 것에 비해국내에서는 주로 사찰의 후불탱화로 봉안, 역시 석가모니의 설법, 그리고 법화경에 초점을맞춘 것이 특징이다.

보통 사찰 내에서는 대웅전이나 영산전에 봉안했으며, 전각에 따라 조금씩 다른 도상으로 그려졌다. 대웅전의 후불도로는 석가불을 중심으로 보살과 제자, 제석과 범천, 사천왕과 팔부중 등이 배치되었으며, 영산전 내지 대적광전에 봉안시 수많은 보살과 비구, 다양한 청중이 등장해 설법의 현장을 부각시켰다.그 중 본 작품은 설법 장면에 종교적 근엄함과 위계 질서를 강조한 대웅전 후불탱화에 해당한다. 중앙에 화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석가모니가 높은 수미대좌 위에 결가부좌로 앉아 있으며, 양 옆에는 작은 크기의 여러 권속들이 계단식 구도로 열 맞춰 서 있다. 석가불은 좌선시 수행에 방해가 되는 모든 악마를 항복시킨다는 의미의 항마촉지인을 취한채 권위 있는 모습의 정면상으로 그렸으며, 권속들은 각기 조금씩 몸을 틀어 여래를 받드는 모양새다.이들은 모두 상징적인 지물과 다양한 복식으로 꾸몄으나, 무엇보다 붉고 화려한 편단우견의 가사에 커다란 광배를 두른 석가모니가 가장 눈에 띈다.

여래의 불안과 불신에는 부처님의 상호가 잘 드러나 있으며 특히 화려한 육계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올라 상단의 장식으로 이어진다. 부처의 주변으로는 석가모니의 협시불인 문수와 보현을 시작으로, 녹색 두광을 두른 8대 보살과 제석, 범천, 그 위로는 아난과 가섭을 중심으로 한 10대 제자가 자리해있다. 또한 상・하단에 무장 차림의 사천왕과 팔부중이 위치, 여래와 불법을 수호한 채 그책임을 다하고 있다. 부처의 두광 위로는 인도의 토속신에서 유래한 홀을 든 용왕·용녀와양 옆으로 사자와 백상의 탈을 쓴 건달바와 긴나라의 모습도 보인다. 이들은 제석천의 음악을 맡은 신들로, 수미산 남쪽 금강굴에 살며 허공을 날아다니며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연주한다 전한다.

녹색과 적색이 주를 이루는 작품은 계급과 역할에 따른 짜임새 있는 구성은 물론 필력 또한 굉장히 뛰어나다. 각 인물의 생동감 넘치는 얼굴 표정뿐 아니라 광배와 복식을 가득 메우는 문양과 화려한 영락장식, 배경에 가득 찬 황색 연운까지 세밀한 묘사와 꼼꼼한 채색을 살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석가모니의 육계에서 피어나는 두 줄기의 흰 연기와 제석과범천의 두광을 짙은 안료로 투명하게 표현해낸 것이 압권이다. 상단에는 좌우에 깃을 그려 넣어 족자 형태를 그림의 일부로 담아냈으며, 하단에는 화기가 남아 있다.

이를 통해 ‘건륭 6년 신유 3월일’, 즉 1741년영조 17이라는 제작연대가 명확한 조선 후기 불화 임을 알 수있다.현재 영산회상도는 보물 10여 점을 포함, 지정문화재가 20여 점 내외로 전한다. 그 중 출품작과 동시기에 제작된 예로는 영천 봉림사1724년, 보물 제1612호, 구미 수다사1731년, 보물 제1638호, 울진불영사1733년, 보물 제1272호, 청도 용천사1749년, 보물 제1956호 등이 있으며 인물 배열에 있어 도상적인 유사함을 보인다. 즉 커다란 크기만큼이나 불법과 불교적 권위를 드러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조선시대 석가불의 대표적 도상인 영산회상도로, 여러 작품들이 그 가치를 인정받아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