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11 12:19:49
불교 회화 연구자 정우택 교수, 최근작 ‘조선 전기…’에서 주장
“사찰서 신앙의 대상 됐던 작품” 혼가쿠지 소재, 임란때 약탈된 듯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1/02/11/CRUFUHBXRBHH5NUPXH6RVRXSHM/
일본 혼가쿠지에 있는 조선 불화 ‘석가탄생도’ 세부. 오른쪽 아래에 마야 부인의 옆구리에서 태어난 석가가 오른손을 들고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치는 모습이 보인다. /한국미술연구소 제공
일본 후쿠오카현 혼가쿠지(本岳寺)에는 15세기 조선 불화(佛畵) ‘석가탄생도’가 있다. 세로 145㎝, 가로 109.5㎝. 마야 부인의 옆구리에서 태어난 석가가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치고, 하늘에서 아홉 마리 용이 물을 토해 아기 석가를 씻기는 장면이 화려한 색감으로 펼쳐진다. 최초의 한글 불교 경전인 ‘월인석보’의 내용을 바탕으로 석가 탄생 장면을 묘사한 그림이다.
1997년 일본 야마구치현립미술관에서 열린 ‘고려·조선의 불교미술전’에서 일반에 처음 공개됐다. 불교 회화 연구자인 정우택 동국대 명예교수는 이듬해 미술사학회 월례발표회에서 ‘조선 초기의 석가탄생도’를 주제로 이 작품을 국내에 처음 소개했다. 정 교수는 최근 펴낸 책 ‘조선 전기 석가탄생도-혼가쿠지’에서 이 한 점을 집중 조명하며, 그림이 일본에 미친 영향을 소개했다. 그는 “일본에 전파된 이 그림은 17~19세기 에도시대 사찰에서 앞다퉈 베껴 그리면서 신앙의 대상이 됐다”며 “동아시아에서 일본에 전래된 불교 도상 가운데 모사본(模寫本)이 가장 많이 제작된 작품”이라고 밝혔다.
작품이 일본으로 간 경위는 알 수 없지만 ’1703년 표구를 다시 했다'는 기록이 있고, 세로로 접은 자국이 있어 임진왜란 때 약탈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 교수는 “일본 전국 사찰에서 ‘석가탄생도’를 베껴 그린 모방작 18점이 발견됐다”며 이 중 고마쓰지(小松寺)본, 고묘지(光明寺)본 등 7점의 도판을 실었다. 정 교수는 “그림은 채색화, 육필화, 목판본 등 다양한 양식으로 재생산됐다”며 “한국 불화가 일본 불화 및 불교 의식에 미친 영향을 실물로 입증하는 자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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