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17 16:07:00
작품설명
小小山前小小家
滿園梅鞠遂年加
更敎雲水粧如畵
擧世生涯我最奢
자그마한 산 앞에 조그만 집을 지었네.
뜰에 심은 매화 국화 해마다 늘어나고
구름과 시냇물이 그림처럼 둘렀으니
이 세상에 나의 삶이 사치하기 그지없네.
- 한강 정구, 회연초당에 부쳐題檜淵草堂
조선시대 진경의 대가 겸재의 실경산수, 그 중에서도 역사적 가치가 큰 장소가그림에 담겨 주목할 만하다.
배산임수(背山臨水)를 두고 우뚝 선 바위와 함께 자리한 이 곳은 경상북도 성주군에 위치한 회연서원(檜淵書院)으로, 광해군 14년인1622년, 지방 유림들이 한강 정구(寒岡 鄭逑,1543-1620)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창건한 이래 숙종 16년인 1690년 회연이라는 사액(賜額)을 받은 곳이다.
정구는 퇴계 이황(退溪 李滉,1501-1570)과 남명 조식(南冥 曺植,1501-1572)의 학파를이어 받은 이로 영남 오현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는 임란 이후 유생들을 교육하기 위해 이 자리에 초당을 세웠던 터라 그때 지은 건물을 시작으로 점차 백매원(百梅園), 견도루(見道樓) 등이 들어섰는데, 1868년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훼철되었다가 1974년 복원되는 등 유구한 역사를 지닌 장소이기도 하며 현재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51호로 지정되어 있다.무흘구곡의 시작점인 제1곡, 봉비암(鳳飛巖)을 배경으로 둔 이 곳에서 겸재는 특유의 부감기법으로 전경을 화폭에 담았다.
높은 시점에서 내려다보는 상상력을가미한 작품에는 서원의 정면이 아닌 측면을 비춰 우뚝 솟은 암벽이 더욱 그림의주인공처럼 부각되었다. 이는 역시 겸재의 작품인 성류굴과도 유사한 구도로 암벽의 형태나, 거칠고 진하게 쓴 부벽준 등으로 보아 화풍상 유사성을 보이며, 그가 청하현감을 지내던 1734년부터 여행을 다니며 영남 풍경 등을 그리던 시절완성한 또 하나의 작품이 아닐까 추측해볼 수 있다. 즉 겸재 전성기의 작품으로원경의 암산과 근경의 대가천은 간략히 묘사한 채 중앙에 서원을 배치하고 정구때부터 심었을 다양한 수목과 어우러진 건물들을 투시도법으로 배치했다. 상단의 회색 하늘에 회연서원이라는 장소명과 함께 겸재라는 묵서와 백문방인을 찍어놓았는데, 인장은 겸재의 성류굴 등에 찍힌 예와 같고 또 다른 서원을 그린 도산서원과 관아를 그린 청하읍성과도 같아 비슷한 제작 시기로 볼 수 있겠다.
현재 이곳에는 누각 등은 남아 있지 않은바, 겸재시절에는 볼 수 있었을 서원의 원형을 그의 숙달된 필력으로 만나보니 예술적으로나 자료사적으로나 가치가 있는 작품임에 틀림없다 할 수 있겠다.현재 서원의 현판은 석봉 한호(石峯 韓濩,1543-1605)가 쓴 것으로 유명하며, 경내에정구의 문집판인 심경발휘(心經發揮)와 미수 허목(眉叟 許穆,1595-1682)의 글씨 등이전하고 있다.
이곳에서 매화를 드리우고 사는 나의 삶이 가장 사치스러운 생활이라 전했던 정구의 소박한 시구와 함께 어우러진 겸재의 그림 한 점을 소개한다.
참고문헌겸재 정선 붓으로 펼친 천지조화(국립중앙박물관, 2009)
최완수, 겸재 정선1(현암사, 2009)
繪畵 四十一 大謙齋(韓國民族美術硏究所,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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