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16 14:31:07
구연 아래로 어깨가 둥글게 부풀고 동체 중앙에서 최대경을 이루는 원호(圓壺)로, 회백색의 유약이나 태토의 빛깔로 보아 17-18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된다.
기면 전체에 간략화 된 용 무늬를 철화로 장식했는데 해학적으로 표현된 용의 얼굴이나 앞으로 뻗은 머리의 갈기, 빠른 필치로 강약을 주어 묘사한 용의 몸통과 비늘에 전형적인 조선중기 용 무늬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벌어진 입과 앞쪽으로 자유분방하게 뻗은 수염 사이로 구름을 토하는 듯한 모습의 용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이처럼 구름을 내뿜는 모습의 용에 대해서는 일찍이 당대(唐代) 한유(韓愈, 768-824)의 『잡설(雜說)』에서 논하기를 “용이 기운을 토하여 구름을 이루매 구름도 역시 영괴(靈怪)하다”고 한 바 있다. 고려 때는 이규보(李奎報, 1168-1241)가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서 한유의 글에 덧붙이기를
“대저 찬란한 문장이나 울창한 사기(詞氣)는 모두 사람이 스스로 토하는 것”이라며
운룡에 빗대어 뛰어난 사람이 훌륭한 글을 쓰지만, 그 글을 씀으로써 재주에 의탁하여 사람 또한 신묘함을 얻게 된다고 하였다.
이규보의 글은 조선전기 서거정(徐居正, 1420-1488)이 중심이 되어 편찬한 『동문선(東文選)』에도 수록되어 있다. 같은 형상의 용이 그려진 항아리가 경기도박물관 등에 소장되어 있어, 조선중기에 애호된 철화운룡문호의 일면을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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